긁는 개, 더러운 귀—아토피와 외이염은 한 몸이다
반복되는 귀 질환은 알레르기의 다른 얼굴일 때가 많다. 해법은 쓰다 남은 물약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검사에서 시작된다.

밤새 몸을 긁고, 귀지가 차 냄새나는 귀를 털어대는 개는 사실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. 외이도 역시 피부로 덮여 있어, 환경 알레르겐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체질인 아토피성 피부염은 외이염이라는 형태로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. 귀가 왜 염증을 일으켰는지 묻지 않고 귀만 치료하면 몇 달마다 병원을 다시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.
아토피를 한 번에 확정하는 단일 검사는 없다. 수의사는 벼룩, 음식 알레르기, 진드기처럼 비슷한 증상을 내는 원인을 하나씩 배제하고, 현미경으로 귀 분비물을 들여다보며 진단에 다가간다. 시간이 걸리고 재진도 필요하지만, 이 과정이 있어야 임시방편이 아닌 장기 관리 계획이 나온다.
한 질환, 두 얼굴
아토피성 피부염은 대개 젊은 성견에서 발바닥과 얼굴, 겨드랑이, 배를 긁는 증상으로 시작되며 특정 계절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. 외이도도 같은 예민한 피부를 공유하기 때문에, 털과 피부는 멀쩡해 보여도 귀 감염만 반복하는 아토피 개가 적지 않다. 꽃가루부터 집먼지진드기까지 유발 요인과 증상의 정도는 개체차가 크다.
염증이 생긴 외이도는 더 따뜻하고 습하며 귀지가 많은 환경으로 바뀌고, 원래 살던 미생물이 이 틈을 파고든다. 세균과 말라세지아 효모가 과증식하면서 알레르기 위에 감염이 얹히는 구조다. 물약을 넣으면 좋아졌다가 몇 주 뒤 재발하는 귀라면, 그 밑에 손대지 않은 알레르기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.
검사는 이렇게 진행된다
검사의 첫 단계는 화려하지 않지만 생략할 수 없다. 집안 모든 반려동물의 벼룩 구제를 철저히 하고, 이어 수의사 감독 아래 8주 안팎의 제한식이로 음식 알레르기 여부를 가린다. 여러 원인이 동시에 가려움을 일으킬 수 있어 단계를 건너뛰면 답이 흐려진다. 이런 배제 과정을 거친 뒤에야 환경 알레르기가 잠정 진단으로 남는다.
귀 검사의 중심에는 세포학 검사가 있다. 외이도에서 면봉으로 채취한 분비물을 슬라이드에 묻혀 염색하면, 효모와 세균 중 무엇이 얼마나 늘었는지 몇 분 안에 확인된다. 비용 부담이 적은 이 검사 하나가 약물 선택을 좌우하고, 재진 때 반복해 귀가 조용해진 것을 넘어 실제로 깨끗해졌는지 판정하는 기준이 된다.
남은 물약이 위험한 이유
예전에 쓰다 남은 물약을 다시 넣는 것은 이번 귀 염증의 원인이 지난번과 같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데, 실제로는 다른 경우가 많다. 효모와 세균은 쓰는 약이 다르고, 일부 귀 약은 고막이 터진 상태에서 청력을 해칠 수 있다. 고막 상태는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직접 들여다봐야만 확인되며, 어설픈 자가 치료는 다음번에 더 없애기 힘든 미생물만 남길 수 있다.
제대로 관리하면 대부분의 알레르기 환자견은 안정적으로 지내지만, 아토피는 없애는 병이 아니라 조절하는 병이고 치료 약물 역시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경과 관찰이 따라붙는다. 증상이 터질 때마다 회복 기간과 재진을 거치며 그 개에게 맞는 장기 계획을 다듬어 가야 한다. 개가 긁고, 머리를 털고, 귀에서 냄새나는 분비물이 나온다면 다음 순서는 약장이 아니라 수의사 진료 예약이다.
내원 전 체크리스트
- 수의사가 분비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내원 전 하루 이틀은 귀 세정을 쉰다.
- 가려움이 시작된 시기와 계절에 따른 변화를 적어 간다.
- 지금까지 사용한 귀 약과 샴푸, 복용약의 이름을 챙겨 간다.
- 간식과 사람 음식까지 포함해 개가 먹는 모든 것을 정리한다.
- 머리 털기, 냄새, 분비물 여부와 어느 쪽 귀가 심한지 메모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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